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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02 "여행에 대하여..."

2013년 여름휴가는 다섯살, 돌도 안된 두살 아들 둘과 23일은 친정부모님과 동해로, 23일은 시부모님과 서해로 갑니다. 엄밀히 부모님을 모시고 간다기 보다는 애 둘에 힘겨워 하는 우리를 위해 부모님께서 같이 가 주시는겁니다. 아직 둘째가 너무 어려서 모든 외식을 순차적으로 다 식은 밥을 먹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초성수기라고 길에서 열시간 가량을 카시트 탈출을 시도하는 어린 아이를 달래가며 이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방콕(방에 콕)'만 하고 있을수는 없는 노릇이라 어디든 떠납니다. 사실 휴가 때 가장 해 보고 싶은 것은 에어컨 빵빵 나오는 시원한 카페에서 아이스카페라떼를 마시며, 원 없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지만, 가끔 핸드폰 들여다 볼 겨를도 없을 정도로 어린 애 둘 엄마의 휴가는 멘붕의 경계를 수차례 오르내릴 정도로 녹록지 않습니다.

 

> 맛집에 대하여...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속초에 다녀왔습니다. 둘째 만삭 때 너무 맛있게 먹었던 물회 기억에 다시 찾은 물회집... 활어를 재료로 쓰느라 생선을 써는데 시간이 걸려 약 한시간 정도 영업을 못하게 되자, 가게를 찾으신 손님께 나중에 다시 찾아주십사 양해를 구하는 상황을 봤습니다. 속초에서 유명한 물회집이 세군데 있는데, 한군데는 가게가 번창하자 더 이상 활어를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회전률을 높여 더 많은 손님을 받아 수익을 높이기 위함이겠지요. 그래서 그 물횟집은 선주 등 현지인들은 더 이상 가지 않고, 관광객들만 두어시간을 줄 서 먹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그런 유명한 집에서 식사를 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 식당 물회는 왜 이렇게 맛이 없지?'하는 것이 아니라, 식당이 맛있고 유명한 곳이라는 전제하에 '나는 물회가 입맛에 잘 안 맞는구나'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속초의 필수코스 닭강정집도 현지인과 관광객이 선호하는 곳이 각각 다르다고 합니다. 더러 '이 줄은 무슨 줄인가요?'하고 군중심리에 이끌려 줄을 서고, 막상 몇시간 기다려 줄을 서고 보니 한박스만 사기가 억울해 여러 박스를 사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입소문과 마케팅 효과 덕분에 진정한 '' 이상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 여행의 디지털화에 대하여...

이번 속초 여행을 다녀오기 전에 꽤 많은 지인들이 역시 속초를 다녀오셨다는 것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누군가 여행을 다녀오면 갔던 음식점, 관광지 사진을 자연스럽게 올리고, 그에 대한 호불호를 얘기하고, 그 이후에 같은 여행지에 가는 사람은 지인의 평가를 신뢰하고 재방문 하게 되는 것이 무척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한 식당 주인도 이제는 음식점 블로그 운영을 안 할수가 없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관광지 '맛집'을 검색해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관광지를 상징할만큼 유명한 맛집의 경우에는 인증샷을 필수로 찍어 공유하니 식당은 손님으로 인해 홍보효과를 저절로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살짝 언급했던 것처럼 이와 같은 디지털 구전효과에는 몇가지 이면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온라인 상의 '맛집' 정말 맛있는 집인가? 단지 대중한테 유명한 집인가? 내가 여행 중이라는 사실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함으로써 우리집이 범죄의 표적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 등 생각해 볼 부분입니다.

좋은 이야기는 세명에게 전하고, 안 좋은 이야기는 열한명에게 전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현재 성황 중인 식당도 입소문과 마케팅 효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반드시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 여행의 미래에 대하여...

요즘은 국내 어느 곳에 여행을 가든지 외국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수가 작년대비 두배 이상의 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현재는 한류 등을 배경으로 그룹관광객이 많은 추세이지만, 점차 모바일과 동시통역기의 발달 등으로 개인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외국인들이 개인의 취향에 맞고, 그 지역의 특색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민박을 직접 검색 및 예약하고, 현지에 와서 동시통역기로 개별관광을 하며 안내를 받고, 여러가지 언어 지원이 가능한 네비게이션이 달린 렌트카로 관광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인들이 추천했던 관광지와 맛집을 다니며 또 다시 자신만의 여행 스토리를 추가하여 웹에 올리겠지요. 이처럼 개별여행이 증가할수록 '제주도'하면 '성산일출봉'이 반드시 포함된 획일화된 관광상품이 아니라, 관광객의 연령, 성향, 관광목적 등에 맞는 다양한 여행상품과 스토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최근 마이리얼트립(http://www.myrealtrip.com/)이라는 현지인이 만드는 진짜 여행 사이트가 눈에 띕니다. 현지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현지인이 여행상품을 직접 만들어 사이트에 올리면, 그 컨셉에 맞는 여행을 선호하는 관광객이 사전에 신청하여 개별 맞춤형 여행을 하게 해 주는 중개 사이트입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도 '속초'하면 의례 다녀가는 닭강정집과 물횟집이 아니라,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등이 포함된 지역별 차별화 된 스토리들이 축적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Posted by 꿈꾸는 홍익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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