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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워킹맘으로 살아남기

행복한 직장생활을 위한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작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거환경, 소득, 일자리, 공동체 생활, 삶의 만족도 등 11개 영역에 대한 점수로 산출하여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일과 삶의 균형부문에서 한국은 OECD 34개 회원국 중 30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의미가 크게 와닿지는 않았었다. 직업을 통해 자아성취, 우리 사회에의 기여, 그리고 경제적인 수입창출까지 할 수 있다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 10여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일과 삶의 균형은 기업에 있어서의 지속가능경영만큼이나 중요한 것임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이는 9 출근, 6 퇴근이 가능한 삶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육아 중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얼마나 융통성을 발휘하여 직장생활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특히 최근 둘째 출산을 하고 3개월의 출산휴가 이후 회사에 복귀를 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육아휴직, 재택근무 등 기업내 유연근무제와 정부의 보육료 지원 등 과거에 비해서 여성들의 근무여건 및 육아환경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능력있는 여성들이 육아를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거나 육아 과정에서 공통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보면서 정부와 기업이 지원할 수 있는 영역 이외에 개인적으로 조금 더 융통성 있는 직장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육아를 위해 직장을 떠나는 친구와 동료들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 무리 일곱명 중 현재 직장생활을 계속 하고 있는 사람은 유일하게 필자 뿐이다. 결혼 이후에도 다섯명 정도는 계속 일을 했었는데, 아이를 하나, 둘씩 낳으면서 베이비시터, 보육료 등의 육아관련 지출이 여성의 수입과 맞먹고, 주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배우자와 누가 육아를 우선적으로 감당해야 하는지 논의하다보면 결국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능력있는 친구들이 부득이한 상황으로 일을 그만두는 것도 안타까웠지만, 2-3년 정도가 흘러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워놓고 어린이집에 맡길 때가 되면 재취업을 하고 싶어도 커리어의 단절, 사회생활에 대한 자신감 상실, 여건에 맞는 근무환경을 갖춘 기업의 부재 등 여러가지 이유로 재취업을 하지 못하는 것이 더욱 안타까웠다. 한 친구는 필자에게 네가 우리의 희망이다라고 얘기할 만큼 가정과 일을 양립하며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임을 반영하고 있다. 직장 5-10년차 정도가 되면 많은 여성들이 중대한 결정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직장에서는 그간 주어진 일을 열심히 수행했던 주니어로서의 역할에서 팀을 이끌거나 주니어를 코칭할만한 시니어의 역할을 기대하기 시작할 뿐만 아니라 탁월한 업무성과를 내주기를 바란다. 또한 가정에서는 육아라는 예측·통제 불허의 상황이 생기게 마련인데 이럴 때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사나하는 생각이 치밀어 오르기 때문이다.

 

출산휴가, 커리어에 대한 고민의 기회로

만삭의 몸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출산이 임박해서까지 출근을 한다. 최대한 출산 후 3개월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출산을 하고나면 새 생명의 탄생이라는 기쁨도 잠시 뿐이고, 8시간 동안 쭉 자보는 것이 소원이다라고 할 정도로 수유와 육아의 반복적인 굴레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출산후 두어달 정도 지나 조금 살만해지면 산후조리원 동기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만나는 것이 유일한 낙이 된다.

자칫 3개월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위와 같이 육아에만 전념하다가 보낼수도 있지만, 출산휴가는 최고의 자아성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껏해야 옹알이 정도가 의사수단인 아이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다보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의 장점은 무엇이고,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물론 아이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할만큼 해야할 일이 많고, 산후 체력도 뒷받침이 되지는 않지만 몰입해 있던 직장생활에서 한발짝 떨어져 본인 스스로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깊은 성찰을 해 볼 수 있는 기회인 것만은 분명하다. 숀 어쿼(Shawn Achor)더 나은 일을 위한 행복한 비밀이라는 TED 동영상에 따르면 21일 동안 연속적으로 매일 감사함을 느낀 세가지 일을 적으면 그들의 두뇌는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향을 유지하게 된다고 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긴박하게 돌아가는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정작 본인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갖지 못하는 듯 하다. 이런 때 일수록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현재 본인의 위치,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극복해야 할 과제 등 나의 정체성(identity) 대해 재정립 할 기회가 필요하다. 며칠 전 멘토와의 점심에서 나보다 더 넓은 안목을 갖고 계신 직장상사의 커리어 코칭을 기대한다라는 말을 했다가 비겁하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 세상에서 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사랑하는 것이 자신이니 본인이 선택한 커리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여야 하는데 그걸 직장상사에게 의존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말씀이었다.

 

육아휴직은 보다 신중하게

1-2년 정도의 장기 육아휴직의 경우는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주변에 첫째와 둘째 육아휴직을 붙여 2년간 휴직을 했다가 직장에 복귀한 경우에는 대부분 결국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를 보았다. 휴직을 하는 동안 온전히 아이에게 시간을 쏟다가 직장에 복귀하여 가정에서는 남편과 아이에게 이전만큼 시간을 쏟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 직장에서는 휴직 전 형성되어 있었던 평판(Reputation)을 다시 쌓기 위한 어려움 등으로 양쪽 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결국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케이스이다. 따라서 휴직을 하는 동안 가족들에게 향후 지속적인 직장생활을 할 것이라는 공감대를 사전에 형성해 두고, 직장내 상사와 동료들과도 주기적인 연락을 통해 인맥유지를 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2년간 직장을 떠나있었던 공백기간을 극복하기 위해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함을 인정해야 한다.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직장생활을 유지하고 있던 입사동기나 직장동료와 자신을 비교하며 동일한 평판이나 업무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괴리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은 매우 이기적인 발상이다. 직장 내 신뢰를 다시 쌓는데는 육아휴직 기간만큼이나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함을 인지하고, 공백기간 동안 변화된 업무체계 및 내역에 대해 최대한 빨리 습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주변에 1년 정도의 육아휴직을 갖는 남성직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점차 육아가 남,녀의 성역할을 초월한 공통의 과제로 정착하고 있는 분위기는 환영할만하다. 그만큼 정부와 기업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 및 유지하기 위해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과 기반마련을 필수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갑자기 어린이집에서 애가 아프다는 연락이 왔을 때 우선 가정을 돌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해당 임직원의 직장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출산은 백미터 달리기, 육아는 마라톤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출산은 비교적 단시간에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지만, 육아는 장기적인 체력과 인내를 요구하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저울질 하며, 두가지를 양립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을 하고 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는 마을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고 한다. 물론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것이지만, 그만큼 자녀의 육아와 교육이 아이를 출산한 여성 한명 만의 과업은 아닐 것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여성의 사회생활을 뒷받침 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지원 및 환경조성도 중요하긴 하지만 행복한 직장생활을 위한 개인 스스로의 노력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 월간상장 11월 호 기고 / e-book 오피니언 섹션 
www.klca.or.kr/ebook/sub_sgyearly_main.asp

 

 

 

Posted by 꿈꾸는 홍익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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